도연명 잡시(雜詩)

 

도연명의 잡시는 12수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생의 무상함, 자연과의 조화, 인간 관계의 소중함 등을 주제로 담고 있다.

 

其一

 

人生無根蔕(사람인,날생,없을무,뿌리근,줄기체)

사람의 인생은 불안정한 것이여서

飄如陌上塵(날릴표,같을여,길맥,위 상,티끌진)

길위의 먼지와 같이 떠돈다

分散逐風轉(나눌분,흩을산,쫓을축,바람풍,구를전)

바람을 쫓아 흩어지고 구르니

此已非常身(이차,이미이,아닐비,항상상,몸신)

인생은 항상 변하기 마련이라네

落地爲兄弟(떨어질락,땅지,될위,형형,아우제)

세상에 태어나면 모두 형제가 되거늘

何心骨肉親(어찌하,마음심,뼈골,고기육,친할친)

어찌 뼈와살로 맺어진 형제들과만 친할 수 있겠는가

得歡當作樂(얻을득,기쁠환,마땅히당,지을작,즐길락)

기쁨을 얻으면 마땅히 함께 즐거워하고

斗酒聚比隣(말두,술주,모을취,견줄비,이웃린)

한말의 술을 구해 이웃사람과 모여 즐겁게 마신다.

盛年不重來(성할성,해년,아니불,거듭중,올래)

젊은 시절은 두 번 오지 않으며

一日難再晨(하나일,날일,어려울난,다시재,새벽신)

하루의 새벽도 다시 오지 않는다네

及時當勉勵(미칠급,때시,마땅히당,힘쓸면,힘쓸려)

주어진 시기를 놓치지 말고 마땅히 힘써 노력하라

歲月不待人(해세,달월,아니부,기다릴대,사람인)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네.

 

其二

 

白日淪西河(흰백,날일,빠질륜,서녘서,물하)

해는 서쪽 강으로 저물고

素月出東嶺(흴소,달월,날출,동녘동,산봉우리령)

밝은 달은 동쪽 산봉우리에서 떠오르니

遙遙萬里輝(멀요,멀요,일만만,마을리,빌날휘)

아득히 먼 곳까지 달빛은 비치고

蕩蕩空中景(방탕할탕,방탕할탕,빌공,가운데중,볕경)

끝없이 넓은 하늘 모습은 아름답기만 하구나

風來入房戶(바람풍,올래,들입,방방,지게호)

바람이 방문으로 들어오니

夜中枕席冷(밤야,가운데중,베개침,자리석,찰냉)

한밤중의 베개와 잠자리가 서늘하다.

氣變悟時易(기운기,변할섭,깨달을오,때시,바꿀역)

기운이 변하니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겠고

不眠知夕永(아니불,잘면,알지,저녁석,길영)

잠을 이루지 못하니 밤이 길어졌음을 알겠구나.

欲言無予和(하고자할욕,말씀언,없을무,나여,화할화)

말을 하고자 하나 나에게 대답해줄 이가 없으니

揮杯勸孤影(휘뒤를휘,잔배,권할권,외로울고,그림자영)

술잔을 들어 외로운 그림자에게 술을 권한다.

日月擲人去(날일,달월,던질척,사람인,갈거)

세월은 사람을 두고 가버리니

有志不獲騁(있을유,뜻지,아니불,얻을획,달릴빙)

뜻은 있으나 펼치지 못하네

念此懷悲淒(생각염,이차,품을회,슬플비,쓸쓸할처)

이것을 생각하니 슬픔과 쓸쓸함이 깃들고

終曉不能靜(마칠종,새벽효,아니불,능할능,고요할정)

아침이 되도록 마음이 평온하지 않구나

 

其三

 

榮華難久居(꽃영,꽃화,어려울난,오랠구,살거)

부귀영화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고

盛衰不可量(성할성,쇠할쇠,아니불,가히가,헤아릴량)

번영과 쇠퇴는 예측할 수가 없다.

昔爲三春蕖(옛석,될위,셋삼,봄춘,연꽃거)

예전 봄의 연꽃이

今作秋蓮房(이제금,지을작,가을추,연밥련,방방)

지금은 가을의 연밥이 되었구나.

嚴霜結野草(엄할엄,서리상,맺을결,들야,풀초)

차거운 서리가 들풀에 맺혀

枯悴未遽央(마를고,시들췌,아닐미,갑자기거,가운데앙)

마르고 시들어도 아직 죽지는 않았네

日月有環周(날일,달월,있을유,돌환,두루주)

해와 달은 순환하지만

我去不再陽(나아,갈거,아니불,다시재,볕양)

나는 한번 떠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네

眷眷往昔時(돌아볼권,돌아볼권,갈왕,옛석,때시)

지나간 옛일을 돌이켜

憶此斷人腸(생각할억,이차,끊을다,사람인,창자장)

생각해보니 마음이 아프구나

 

其四

 

丈夫誌四海(어른장,사내부,기록할지,넷사,바다해)

장부는 큰 뜻을 품고 살지만

我願不知老(나아,바랄원,아니부,알지,늙을로)

나는 늙는 것을 알지 못하기를 바랄뿐이다.

親戚共日處(친할친,겨례척,함께공,날일,살처)

친척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子孫還相保(아들자,손자손,돌아올환,서로상,지킬보)

서로를 도와주면서 살기를 바랄 뿐이다.

觴弦肆朝日(잔상,시위현,늘어놓을사,아침조,날일)

술과 악기를 아침부터 즐기며

樽中酒不燥(술통준,가운데중,술주,아니불,마를조)

술통 안의 술이 마르지 않기를

緩帶盡歡娛(느슨할완,띠대,다할진,기쁠환,즐거워할오)

옷을 느슨히 하고 즐거움을 누리고

起晩眠常早(일어날기,늦을만,잘면,항상상,이를조)

늦게 일어나고 자는 것은 항상 이르구나

孰若當世士(누구숙,같을약,마땅히당,세상세,선비사)

누가 세상의 선비들 처럼 살겠는가

氷炭滿懷抱(얼음빙,재탄,찰만,품을회,안을포)

번민을 가득 품고 사는 것을...

百年歸丘壟(일백백,해년,돌아갈귀,언덕구,무덤롱)

백년 뒤에는 언덕 위 무덤으로 돌아가거늘

用此空名道(쓸용,이차,빌공,이름명,길도)

무엇하러 헛된 이름을 구하며 살아가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