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화엄일승법계도란

오대를 거닐며... 2024. 8. 7. 20:58

예전의 가르침을 받았던 내용을 정리하면서...

 

이름에만 집착하는 무리들로 하여금 그 이름마저도 없는 참된 근원으로 돌아가게 하고자 함이다.

 

우선 개념을 정리하면

화엄: 꽃으로 장엄하게 장식되어진

일승: 법계(존재)에 작용하는 한결같은 이치, 흐름

법계: 삼라만상 즉 존재

도: 그림 

 

1. 의미

화엄일승법계도는 신라의 고승 의상(625~702)44세때(6687) 당나라 지상사에서 화엄사상 요지를 210자의 간결한 시구로 축약한 글로, 54각이 있는 도인(圖印)에 합쳐서 만든 것이다.

 

 

제목명은 꽃으로 장엄하게 장식된, 한결같이 흘러가는 법계의 모습이라는 뜻이며, 일승이란 법계에 작용하는 한결같은 흐름, 이치를 말한다.

내용은 절대 평등한 법성은 유정, 무정 등 일체를 초월하여 깨우친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법성 즉 참다운 성품이 변하지 않으면서도 객관적인 조건, 즉 인연을 따라서 일체 모든 것을 창조한다. 따라서 개체와 전체에 서로 걸림이 없고 크고 작은 것에 자재하여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절대적인 진리의 몸이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삼국유사에서는 '법계도서인 法界圖書印'이라고 하고, 이 밖에 '법성도 法性圖', 해인도 海印圖'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화엄일승법계도'에는 저자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지 않다. 다만 이 책으 끝에 "인연으로 생겨나는 모든 것에는 주인이 따로 있지 않음을 나타내기 위하여 저자의 이름을 기록하지 않는다"라고 하여 그 이유를 설명하였다. 그러나 고려의 균여는 '일승법계원통기'에서 최치원이 지은 '의상전'으로 부터 아래의 이야기를 전하며 저자가 의상임을 밝히고 있다.

 

2. 이야기

의상이 스승 지엄(600~668)의 문하에서 화엄을 수학할 때이다. 꿈 속에 형상이 매우 기이한 신인이 나타난 의상에게 "네 자신이 깨달은 바를 저술하여 사람들에게 베풀어 줌이 마땅하다"고 하였다. 또 꿈에 선재동자가 나타나 총명약 10여제를 주었고 다시 청의동자가 나타나 세번이나 비결을 주었다. 스승 지엄이 이것을 듣고 "신인이 신령스러운 것을 줌이 나에게는 한번이었는데 너에게는 세번이구나. 널리 수행하여 깨달은 바를  표현하도록 하라" 고 하였다. 이와같은 지엄화상의 말씀을 듣고 공부를 계속하여, 마침내 부처님의 부사의한 경계를  체득한 뒤에는 화엄경에 대한 의심이 다 풀어지고 중중무진한 법계연기의 도리가 거울속 그림자 모양 확연히 드러났다. 이에 이러한 경지를 게송으로 읊으니 7언 30구의 게송이 되었다. 다시 이것을 만다라와 같은 그림으로 엮었으니 , 이것이 바로 화엄일승법계도이다. 

 

의상대사는 이것이 화엄경의 진리에 부합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래서 섶에 불을 지르고  그옆에 서서 발원을 하였다. "이제 화엄의 깊은 뜻을 30구 210자의 게송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원컨대 이것이 부처님의 뜻에 계합함이 있다면 타는 불속에 들어가서도 온전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법계도'를 뜨거운 불길속에  집어넣었으나 과연 타지 않았다. 의상대사가 이 '법계도'를 지엄화상에게 내보이니 지엄화상이 대단히 기뻐하며 " 참으로 장하고 장하다. 이 30구 게송 속에 화엄경의 큰 뜻이 모두 담겼구나. 이 게송만 외어도 화엄경을 읽은 공덕과 같을 것이니 널리 세상에 알려 전하도록 하라" 고 하였다.

 

3. 원문

法性圓融無二相(법성원융무이상) 존재의 성품은 원융하여 두가지 모습이 없으며
諸法不動本來寂(제법부동본래적 모든 존재는 흔들림없이 본래 고요하다
無名無相絶一切(무명무상절일체 이름도 모양도 일체가 끊어졌으니
證智所知非餘境(증지소지비여경 지혜을 증득해야만 알수 있으며, 그 외에 다른 방법으로는 알 수 가 없다
眞性甚深極微妙(진성심심극미묘 참다운 성품은 매우 깊고 지극히 미묘하여
不守自性隨緣成(불수자성수연성 자기 성품을 고집하지 않고 인연(조건) 따라 이루어지는구나
一中一切多中一(일중일체다중일) 하나 속에 일체가 있고 많음 것들이 하나 안에 있으니
一卽一切多卽一(일즉일체다즉일 하나가 곧 일체요 많음 것이 곧 하나이다.
一微塵中含十方(일미진중함시방 하나의 티끌(존재)속에 시방세계(공간)가 머금어져있고
一切塵中亦如是(일체진중역여시 모든 티끌 속도 그러하다.
無量遠劫卽一念(무량원겁즉일념 헤아릴수 없는 이어져 온 시간(물리적시간)이 곧 한생각(인식한 시간)에 있고
一念卽是無量劫(일념즉시무량겁 한 생각(인식된 기간)이 곧 헤아릴 수 없는 시간(물리적인 시간)이다.
九世十世互相卽(구세십세호상즉 구세(물리적인 시간) 십세(인식된 시간)가 서로 맞물려 가고 있으며,
-구세:과거(과거,현재,미래), 현재(과거,미래,현재), 미래(과거,현재,미래)
-십세:구세+인식된 시간(마음이 느끼는 시간)
仍不雜亂隔別成(잉불잡란격별성 어지럽게 섞이지 아니하고 인연(조건)에 따라 이루어간다.
初發心時便正覺(초발심시변정각) 처음 마음이 일어날 때 곧바로 알아채니
生死涅槃共和(생사열반상공화) 생사(생멸심)와 열반(진여심)이 항상 함께 조화롭다.
理事冥然無分別(이사명연무분별 이치를 아는 것(본질의 세계)과 실제로 마음을 쓰는 일(현상세계)은 지극히 깊어서 구별할 수 없으니
十佛普賢大人境(십불보현대인경 10가지 별호로 불리는 부처님과 보현보살, 큰사람의 경계이다
能仁海印三昧中(능인해인삼매중 부처님이 해인삼매 속에서
繁出如意不思義(번출여의부사의 여여한 뜻을 무수히 내놓으니 불가사의하다.
雨寶益生滿虛空(우보익생만허공) 중생을 이롭게 하는 보배로운 비가 허공에 가득차니
衆生隨器得利益(중생수기득이익) 중생들의 그릇에 따라 이익을 얻는구나
是故行者還本際(시고행자환본제 이런까닭에 수행자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고자 할때는
叵息妄想必不得(파식망상필부득 망상을 쉬지 않고는 결코 얻을 수 없으리라
無緣善巧捉如意(무연선교착여의) (불보살님의) 조건없이 베푸는 훌륭한 방편으로 여여한 뜻을 잡으니
歸家隨分得資糧(귀가수분득자량 집으로 돌아가 분수(그릇크기)에 맞는 재물과 양식을 얻는구나
以陀羅尼無盡寶(이다라니무진보 다함없는 다라니 보배로써
莊嚴法界實寶殿(장엄법계실보전) 법계를 장엄하니 실로 보배로운 궁전이구나
窮坐實際中道床(궁좌실제중도상) 마침내 있는 그대로의 중도의 자리에 앉으니
舊來不動名爲佛(구래부동명위불) 옛날로부터 변동되어진 적이 없었음을...이름하여 부처라 한다.